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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자』를 읽다 요즘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읽을만한 구절이 있길래 옮겨적어본다. 사실 거칠게 말해서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책이니, 굳이 이 장만 지방선거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
5. 오합忤合 - 형세를 살피고 기세를 탄다
추세를 따라 합치고 등을 돌리는 것에도 모두 적합한 계책이 있다. 일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사슬이 서로 방향을 바꾸며 엮여 있는 것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가니 모두 일의 상황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성인이 세상에 나와 몸을 세우고 세상을 다스리고 교화하며 이름을 드높이는 이유는, 반드시 사물이 많이 모이는 것을 살펴서 천시가 적합한지 보고, 천시의 적합함을 근거로 일을 안 뒤에 그에 따라 자신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항상 귀한 것도, 항상 배울 수 있는 스승도 없다. 그럼에도 성인이 못 하는 것이 없고, 못 듣는 것이 없어서, 일을 이루고 계책을 성공시키는 것은, 천시를 따라서 함께 주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계략이 이쪽에 합당하나 상대에게 합당하지 않으면 반드시 배반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
오합의 방법을 천하에 쓸 때는 반드시 천하의 형세를 계량하여 이와 함께해야 하고, 나라에 적용할 때는 반드시 그 나라의 역량을 계량하여야 하며, 가정에 쓸 때는 가정의 역량을 계량하여야 하고, 자신에게 적용할 때는 스스로의 능력과 기세를 잘 재어본 후에 써야 한다. 크고 작음과 나아감과 물러섬에 그 방법은 모두 같으니, 반드시 먼저 깊이 생각한 후에 비겸의 술을 이용하여 실행한다.
옛날에 대세를 잘 읽어 방향을 잘 잡는 사람은 우선 온 세상과 협력하고, 제후들을 끌어안고, 등을 돌리고 합칠 곳의 형세에 따라 상대의 변화를 시도한 후, 그런 연후에 합쳤다. 그러니 이윤이 탕왕에게 다섯 번 나가고 걸왕에게 다섯 번 나간 후 탕왕을 섬기고, 여상(강태공)이 문왕에게 세 번 나가고 은나라를 세 번 들어간 후에 은나라를 밝게 할 수 없음을 알고, 연후에 주 문왕을 섬겼는데, 이는 천명이 명확히 정해준 것을 알고 한 것이니, 상대와 합침에 추호의 의심도 없었던 것이다.
성인의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세상을 다스릴 수 없고, 각고로 노심초사하지 않으면 일의 근본을 알 수가 없고, 상대의 본심을 전력해서 살피지 못하면 이름을 이룰 수 없으며, 나의 자질이 지혜롭지 않으면 군대를 쓸 수가 없고, 진정으로 충실하지 못하면 상대방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오합의 도는 반드시 자신의 재능과 지예를 먼저 알고, 누가 나보다 능력이 못한지 알아야 한다. 이런 후에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있으며, 종으로 갈 수도 있고 횡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박찬철, 공원국, 『귀곡자』, (주)위즈덤하우스, 2008, pp. 137-138.
▩ ISFP 성인군자형 ▩
말없이 다정하고 온화하며 친절하고 연기력이 뛰어나며 겸손하다.▒ 일반적인 특성 ▒
▒ 개발해야할 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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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걸어 놓은 노래를 듣고 있어. snow patrol에서 oasis를 지나 장필순으로 끝나는 여섯 곡. 이 노래는 네게 어떻게 스며들었을까. 아마 나는 절대 알 수 없겠지. 너의 느낌에 대해 생각하면 아득해지듯 지금은 내 마음도 희미해. 왜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자 아이에 대해 말하려는 걸까. 무엇보다 이런 글을 써도 되는 걸까? 하지만 모든 설명은 아무리 해도 불충분할 게 틀림없으니 다만 이렇게 말해두자. 아마 바람 같은 걸 거라고. 아득한 너의 느낌이 선연해지길, 희미한 나의 마음이 투명해지길, 또 누군가 이 상황을 알아채 주길 바라는.
너는 아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86년 5월 21일, 그 여자아이가 스물두 살이었을 때의 일이야. “숱한 언어들 속에 나의 보잘것없는 한마디가 보태진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니. 그러나 다른 숱한 언어가 그 각각의 인간의 것이듯 나의 언어는 나의 것으로 나는 나의 언어로 말할 수 있겠지.” 또, “**아, 뭘 할 수 있겠니, 내가. 지긋지긋하게 싫더라도 어쩔 수 없음을 네가 모르지 않을진대 요구하지 마, 요구하지 마! 강요하지 말 것. 구체적인 것이다, 산다는 건.”
자신의 언어가 지니는 힘과 구체적일 수밖에 없는 삶의 속성을 이렇게 정확한 문장으로 쓰면서 어떻게 죽음을 결심했을까? 유서와 투신 사이가 너무 멀어 투신이 꼭 유서의 일부로 보여. ‘요구하지 마’ 뒤에 찍힌 것처럼 그렇게 전체가 선명한 느낌표 같아. 실은 네게 우리의 거짓말에 대해 말하고 싶었지. 마치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듯 삶을 향한 에너지를 뿜는 느낌표가 아니라 어떻게든 이어가는 데에만 급급했던 쉼표 말이야. 그건 이런 거지. 하나,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우리는 스스로를 쉽게 용서했고) 둘, 세상 같은 건 더러워서 피하는 거지.(우리는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했으며) 셋, 진짜 하고 싶은 말은 하지 않는 편이 낫지.(우리는 더 이상 서로를 믿지 않기로 했지) 이렇게라도 변명을 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순간이 있었음을 왜 잊었겠니. 하지만 언젠가부터 쉼표가 삶을 채우면서 사는 게 수월해지고 급기야 하찮아지기까지 했음을 고백해야겠다. 아니 하찮아진 건 바로 우리 자신이겠지.
처음 유서를 읽었을 때로 돌아가. 그리고 다시 유서를 읽어. 07년 5월 8일, 네가 스물여섯이었을 때의 일이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어 행복하다며 왜 죽었을까? 의지로 안 되는 일이 있어 어쩔 수 없다고 할 때 그 어쩔 수 없음이란 여자 아이가 말한 것과 같은 의미일까? 다음 생에서 꼭 이루고 싶다던 그 일은 내가 짐작하는 그 일이 맞을까? 그때 나는 삶이 무서워져서 ‘왜’라는 단어를 꾹 삼켰어. 깊은 곳에 가라앉아 여간해서는 떠오르지 않도록. 살아있으니 그냥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제는 읽을수록 여자 아이의 ‘요구하지 마’와 그 뒤에 찍힌 느낌표, 너의 ‘다음 생’과 ‘꼭’이라는 말이 몹시 뜨겁네. 미지근함이 누군가의 더운 피까지 식힌 건 아닐까. 사람과 세상에 정답을 가진 것처럼 굴던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죽여 온 걸까. 언젠가 니체의 운명애(amor fati) 밑에다 “이것이 생이란 말인가, 이제 그만!” 이라 적었지. 허무주의자가 되는 게 삶에 대한 마땅한 태도라고 생각했던 거야. 그렇다고 이제 네게 “이것이 생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다시 한 번!”하며 니체 풍의 삶의 찬가를 불러줄 순 없지만 무턱대고 쉼표 찍는 일만은 멈출 수 있을 것 같네.
연구실 창가에 서면 여자 아이의 추모비가 보여. ‘박혜정 열사 추모비’. 아방궁 곁이야. 노래는 몇 번 반복되었을까. 종일 문장을 지워도 네 느낌과 내 마음과 이 상황은 희미하기만 하고 바람만이 커져가. 편지인 척하는 글은 여기서 줄여야지.
황예인, 박혜정 열사 추모비 아래서 두 벌의 유서를 읽다, 대학신문, 1784호, 2010년 5월 10일.
매번 50% 넘기네 마네하는 문제가지고 여럿 속썩이던 총학생회 선거는 결국 지난해부터 도청문제를 둘러싸고 막장의 막장까지 갔다. 이번 선거는 그래도 그런 문제는 없으리라 믿었지만, 이번에는 개표문제에서부터 재선관위의 사퇴,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취재하던 학내 언론사의 문제까지 나타나면서 또다시 막장으로 이어졌다. 일년에 한번 이래도 욕먹는 짓을 근 반년동안 두세차례 저질렀으니, 이쯤되면 투표한 사람만 바보되는 거다. 이랬는데도 다음에 또 나와서 사과 한마디 없이 무관심이 어쩌고 그러면 진짜 한 대 때려줘야한다. 사실 도청 문제를 제기한 모 선본은 황라열사태때부터 시원하게 문제 제기는 잘 하는데 제대로 수습하는 것을 보지를 못한 것 같다. 이번에 선거에 나오지 않은 모 학정조가 치고빠지는데 진짜 얄미울 정도로 잘한다면, 이 선본은 정말 "팀킬하는거냐?"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상황 파악을 못한다. (비슷한 집단이 하나 떠올랐는데, 아마 지금의 민주당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밥먹으라고 숟가락까지 올려줬는데 먹지도 않고 발로 걷어차는 모습이 유사하다.) 그밖에 하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이건 이쯤에서 그만두고, 매번 투표로 골치아플 바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총학생회를 운영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사실 고대사 수업을 듣다가 문득 생각났다.)
1. 재학생의 1/100, 혹은 1/50을 무작위로 추첨하여 학생 대표인단을 구성한다. 단대별 학생 수 비율도 고려해서.
2. 대표인단과 전학대회 참가자가 모여 회의를 개최하여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집행부를 선출한다. (솔직히 이것도 이들 중에서 추첨하여 구성하라고 건의하고 싶기도 하다. 간선이되 간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그래도 문제라면 임기를 3개월 내지 한학기로 줄이면 되겠지) 후보는 자원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반상회의 원칙", 즉 "불참자도 후보가 된다"를 적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 아니면 교황선출 방식대로 결과가 나올때까지 모두 가둬놓던가.
투표율이 50%가 넘어야 성사된다는 것은 사실 대의문제일텐데, 이걸 좀 고쳐야 그나마 학생회가 파국으로 치닫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대의가 현실의 발목을 잡는 꼴. 그렇게 대의가 문제면 정식 투표기간에 50%를 못넘기면 3일 연장하되, 그 뒤로도 50%를 넘지 못해도 그냥 개표를 하는 식으로 바꾸던가. (좀 흥행을 고려한다면, 요즘 후보 경선하는 것처럼 단대별로 총학 선거를 다르게 해서 여론환기를 하던가, 아니면 아예 미국처럼 선거인단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물론 그러면 인문대는 좀 곤란하겠지만.)
사실 총학생회 선거 회칙을 고치려면 보다 전학대회나 그 이상(가령 총투표)의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겠지만, 총학생회 선거도 성사되지 못하는 마당에 이런건 꿈에서도 불가능한 일이겠지? 우린 안될거야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