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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발길을 멈추고 주저앉고 말면 우리 삶은 거기서 끝나게 됨이라 -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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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 17. 13:39 기억의 습작

『귀곡자』를 읽다 요즘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읽을만한 구절이 있길래 옮겨적어본다. 사실 거칠게 말해서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책이니, 굳이 이 장만 지방선거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

5. 오합忤合 - 형세를 살피고 기세를 탄다

 추세를 따라 합치고 등을 돌리는 것에도 모두 적합한 계책이 있다. 일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사슬이 서로 방향을 바꾸며 엮여 있는 것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가니 모두 일의 상황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성인이 세상에 나와 몸을 세우고 세상을 다스리고 교화하며 이름을 드높이는 이유는, 반드시 사물이 많이 모이는 것을 살펴서 천시가 적합한지 보고, 천시의 적합함을 근거로 일을 안 뒤에 그에 따라 자신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항상 귀한 것도, 항상 배울 수 있는 스승도 없다. 그럼에도 성인이 못 하는 것이 없고, 못 듣는 것이 없어서, 일을 이루고 계책을 성공시키는 것은, 천시를 따라서 함께 주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계략이 이쪽에 합당하나 상대에게 합당하지 않으면 반드시 배반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

 오합의 방법을 천하에 쓸 때는 반드시 천하의 형세를 계량하여 이와 함께해야 하고, 나라에 적용할 때는 반드시 그 나라의 역량을 계량하여야 하며, 가정에 쓸 때는 가정의 역량을 계량하여야 하고, 자신에게 적용할 때는 스스로의 능력과 기세를 잘 재어본 후에 써야 한다. 크고 작음과 나아감과 물러섬에 그 방법은 모두 같으니, 반드시 먼저 깊이 생각한 후에 비겸의 술을 이용하여 실행한다.
 옛날에 대세를 잘 읽어 방향을 잘 잡는 사람은 우선 온 세상과 협력하고, 제후들을 끌어안고, 등을 돌리고 합칠 곳의 형세에 따라 상대의 변화를 시도한 후, 그런 연후에 합쳤다.
그러니 이윤이 탕왕에게 다섯 번 나가고 걸왕에게 다섯 번 나간 후 탕왕을 섬기고, 여상(강태공)이 문왕에게 세 번 나가고 은나라를 세 번 들어간 후에 은나라를 밝게 할 수 없음을 알고, 연후에 주 문왕을 섬겼는데, 이는 천명이 명확히 정해준 것을 알고 한 것이니, 상대와 합침에 추호의 의심도 없었던 것이다.

 성인의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세상을 다스릴 수 없고, 각고로 노심초사하지 않으면 일의 근본을 알 수가 없고, 상대의 본심을 전력해서 살피지 못하면 이름을 이룰 수 없으며, 나의 자질이 지혜롭지 않으면 군대를 쓸 수가 없고, 진정으로 충실하지 못하면 상대방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오합의 도는 반드시 자신의 재능과 지예를 먼저 알고, 누가 나보다 능력이 못한지 알아야 한다. 이런 후에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있으며, 종으로 갈 수도 있고 횡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박찬철, 공원국, 『귀곡자』, (주)위즈덤하우스, 2008, pp. 137-138.

posted by Gruenta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