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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발길을 멈추고 주저앉고 말면 우리 삶은 거기서 끝나게 됨이라 -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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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 19. 14:36 생활의 발견
 그냥 생각나는대로 두서 없이 쭉 적어봄.

 1. 어제밤 오늘 아침 내내 트위터에서는 한명숙 후보의 미숙함에 대한 질책과 안타까움이 미친듯이 쏟아졌는데, 외유내강이라는 장점이 오히려 토론회에서 한명숙 후보의 발목을 잡은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러니 괜히 "예선전 안거치고 부전승으로 올라와서 그런거 아니냐"라며 불안감을 가중시키기까지하고. 조금 강하게 나아가야할 때 주저하고, 준비한 말을 빨리 해야한다는게 얼굴에 드러났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토론의 기회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력을 해야할듯 하다. (이와는 별개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하면서 그 정신의 알맹이는 쏙 빼고 노무현의 '한방'효과만 잔뜩 노리고 있는 민주당 수뇌부는 정말 반성해야한다.)
  다만 나도 아쉬움을 많이 느끼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욕 먹을정도로 못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조금 외롭다.(응?) 하긴, 어찌됐든 후보로 나왔으면 반드시 이긴다는 생각으로 덤벼들어야 할텐데, 그런 인상은 조금 부족했다.(여기서 또 읽고 있는 "귀곡자"가 잠깐 떠오르긴 하는데...자세한 설명은 생략.) 내가 얼마나 알겠냐만, 이건 워낙 후보 본인의 성격 문제인것 같기도 하고..

 2. 내가 팔로잉 한 사람들이 적지 않게 진보신당 지지자들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트위터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번 토론의 승자는 노회찬이라고 추켜세우는데, 솔직히 내가 너무 기대치를 높게 잡고 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그렇게까지 승리했다는 인상은 못 받았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오-노 두 사람만 한시간 동안 토론하라면 조금 더 재미있을듯. 사실 이런 토론에서 '승자'라고 말을 해야 한다면 자기 지지자들은 붙잡고 유동층과 다른 사람 지지자를 끌어와야 할텐데, 노회찬 후보는 이처럼 자기 지지자들만 만족시킨 것 같다.
  시간내에 준비하는 말을 빨리해야겠다는 인상은 노회찬 후보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다만, 공격적인 스타일이고 적시에 적절한 비유를 사용을 워낙 잘 하다보니 한명숙 후보보다 조금은 효과적으로 의사 전달을 한 것 같다. 그래서 온-강의 한-노 두 후보가 조금 더 긴밀하게 공조해서 오세훈 후보를 공격했다면, 꽤나 재미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한-노 두사람이 치고박고 설전했냐면, 그것도 아니라서. 마치 무심한듯 시크하게, 소 닭보듯....?)

 3. 지상욱후보는 잔재미를 주고, 옳은 말씀도 하셨지만, 자유선진당 당 간판 떼면 어디서 나오셨는지 파악이 안되었을 듯. (죄송해요. 한줄 이상으로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래도 노회찬 후보도 나오지 못한 KBS 토론회에도 나오고, 무엇보다도 심은하씨가 부인이니.....읭?)

 4. 오세훈후보는 얄미울 정도로 말을 잘했다. 다만 그 "잘했다"는게 내용 면이 아니라 형식면에서 그렇다는 뜻이고, 그래서 만약 오세훈 후보가 내 동생이었으면 정말 머리 쥐어박아줬을 듯. 전 정권 물타기 하나 싶더니 "물론 지금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가 중요하죠. 그래서 저는.." 은근슬쩍 할 말 다하면서 화제돌리는 모습은 여러 의미로 최고였다. (사실 누구 말대로 현정권이 '전정권 심판' 운운하는건 진짜 코메디다. 전정권 심판한다고 정권 잡고, 그뒤로 2년반이나 지났는데, 그렇게까지 무리수를 뒀으면서도 여태 '심판'을 못했다니?!) 쉬어가는 코너로 방청객들한테 사적인 질문 받아서 공약얘기로 마무리하는 것도 정말 잘했고. 사실 굳이 토론만 놓고 본다면 진짜 승자는 오세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시종일관 토론하는 태도가 재수없으리만치 여유가 있었다. 현직 프리미엄도 있고, 또 집단 공격을 당할 것을 알고 있으니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마지막 정리 발언때 "이번 서울 시장 선거는 미래를 내다보는 집단과 과거로 돌아가려는 부정부패 집단의 대결"이라고 매우 종요한 말씀을 하셨다. 그렇지 않아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리스 외환위기를 얘기하면서 "복지에 한번 돈 쓰기 시작하면 발을 뺄 수 없다"라며 "복지는 돈으로 하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얘기도 하셨는데, 그래서 나도 그냥 마음으로만 지지하고, 표로는 다른 사람 지지할까 싶다.

 5. 토론의 승리에 대해서 다시 얘기하자면, 토론에서 승리를 하려면 분명히 자신의 지지는 굳히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을 끌어모아야 할텐데, 네 후보중 그 누구도 다른편도 끌어모으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뭐, 어차피 토론회를 지켜 볼 사람은 마음속에 어느정도 후보를 정해뒀을 테고, 관심 없는 사람은 아예 지켜봤을리가 없으니까. 한명숙 후보에 대한 안타까움 섞인 질책도 사실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리라. 그리고 설령 "한명숙 후보가 토론을 못했다. 삽질했다."라고 토론회를 지켜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큰 영향을 끼칠것 같지는 않다.

 6. 사실 은근히 한명숙 후보에 대한 변명이나 옹호 발언을 많이 했는데, 사실 별일 없으면 한명숙 후보를 찍지 않을까 하는 내 생각이 반영된 것 같기도 하다. 뭐 어쩌겠어.... 그래도 진보신당(넓게는 민주노동당까지)이 주장하는 것들은 보다 더 공론화 되고, 그 정책이 정착되야 제대로된 좌-우 논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용돈 쪼개서 후원해주고 있으니, 이정도면 의리(?) 지킨 것이겠지.

 7. 전체 판세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민주당은 훨씬 더 많이 다른 야당들에게 양보를 했어야 했다. 그러고 12년 총선이랑 대선때 이자쳐서 제대로 돌려받으면 되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너무 나이브한건지, 아니면 다음에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확 이길 자신이 있다는 것인지...

 8. 근데 이런거 블로그에 공개적으로 쓰면 선거법 위반임?
posted by Gruenta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