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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발길을 멈추고 주저앉고 말면 우리 삶은 거기서 끝나게 됨이라 -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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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2. 00:17 생활의 발견
만우절이다. 싸이월드는 보이는 곳 잘 안보이는 곳 곳곳에 장난을 쳤다. 하지만 나는 딱히 그럴 듯한 거짓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여느날과 다름 없는 하루를 보냈다. 유머감각이 죽어서는 아닐 것이다. 하도 거짓말 하고 맨날 오해다라고 노래부르는 누구 때문인지 만우절이라는 사실 자체가 거짓말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오호 통재라 이젠 만우절에 거짓말을 못하는 지경이 이르렀구나.  

  사범대~인문대~중도~학관을 돌아다니면서 마주쳤던 수 많은 교복입은 무리를 보면서 갑자기 소풍왔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 정도였다. 한참 있다가 '아, 만우절!'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리들을 지나치면서 나도 09학번이고, 교복이 없던 고등학교를 나왔으니 내가 지금 입은 옷도 교복이며, 나도 신입생으로서 교복데이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었다. 그래서 몇 명한테 만우절 멘트로 시도했었다. 하지만 별로 신통치 않았다. 차라리 평소대로 개그하는게 반응이 더 좋았다는 사실에 약간은 우울해졌다. 그 참에 같이 중세사 수업을 듣는 박모양을 졸지에 예비군 훈련갔다가 무좀 걸려서 고생하게 만들어 웃음거리로 하여 미안해졌다........고 하면 뒤늦은 만우절 농담이 될려나?

 사실 요 며칠 사이에 약간 기분이 급저하됐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전적으로 설레발에 가까운 내 망상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기분좋게 꿈꾸다가 일어나보니 현실은 시궁창..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반대더라, 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무력감이나 피곤함이 실제로 그런 것보다도 배로 느껴지는 것 같고. 드라마나 책 보면 이럴때 사람들은 '뭐 잘못 먹었나' 싶을 정도로 자기 하는 일에 집중하던데, 나도 '이럴때 아니면 언제 그러겠냐'며 해볼려고 했지만 그리되지 않고 있다. 역시 이래서 드라마가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하는거다.

  쓰고 있는 사이에 12시가 넘어갔다. 신데렐라처럼 만우절도 끝났다. 그리고 싸이데이가 시작됐다.

posted by Gruenta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