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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발길을 멈추고 주저앉고 말면 우리 삶은 거기서 끝나게 됨이라 -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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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10. 00:34 서양사 관련

방치하는 것보다는 별볼일 없는 포스팅이라도 하는게 낫다 싶어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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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으로 된 것은 청강하는 학부수업. 서양의 고대문명은 순전히 취미로 듣는 수업이고, (첫수업의 인상 역시 왠지 취미로 하는 선생님의 두서없는 옛날이야기가 될것 같은 느낌.....)

 어학은, 참담하지만 프랑스어는 세번째, 희랍어는 두번째 도전이다. 외국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복습이라고는 하지만, 확실히 계속 똑같은 것을 들으려고 하니 왠지 또 아는 얘기를 듣느라 괜히 시간죽이는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그나마 수업 들어가서 다시 해보는거지, 수업도 안들어가면 그러지 못할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일단 듣고 있다. 하지만 역시 대학원 수업에 본격적으로 치이기 시작하면 과감히 포기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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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gislav von Selchow(1877~1943), Der deutsche Mensch : Zweijahrtausende Detuscher Geschichte, Leipzig, 1933: Verlag von K. F. Koehler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청구기호 H500 94]

 


 Selchow는 1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 장교로 복무하였고, 전후 마부르크에서 역사와 철학을 전공하였다. 이 기간동안 Selchow는 민병대 등을 조직하여 극우반동, (중도 연정에 대한) 반정부 시위 및 반유대주의 사위 및 유혈사태를 일으켰다. 민족사회주의노동자당에는 가입하지 않았으나 히틀러를 지지하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유럽사를 선사시대(Vorzeit), “모두”의 시대(400~1500), “나”의 시대(1500~1933), “우리”의 시대로 구분하였다. 선사시대는 신화에까지 거슬러 올라가, 게르만 신들, 북독일 지역에 정착한 민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민족의 대이동 이후 나타난 ‘“모두”의 시대’는 이전의 모든 것, 다시 말해 기존의 그리스, 로마, 믿음, 문화, 기독교를 종결시키고 지중해 세계를 게르만 문화로 통합한 시기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후의 ‘“나”의 시대’는 칸트, 루터, 루이 14세, 피터 대제와 같은 시대정신을 아는 위대한 인물이 등장하여 이들이 역사를 이끌어 나갔다고 주장한다. 이후의 현대인 “우리”의 시대는 이러한 개개인들이 모여 우리가 되는 새로운 세계와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주장한다.

 이 책은 전후 소비에트 점령지역(구 동독)에서 특별 분류 서적으로 구분되었고, 현재까지도 저자는 극우인사로 분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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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l Alexander von Müller(1882~1964), Deutsche Geschichte und Deutscher Charakter, Stuuttgart & Berlin, 1925: Deutsche Verlags-Anstalt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청구번호 H500 98]

 칼 알렉산더 폰 뮐러는 법학과 역사학을 뮌헨과 옥스퍼드에서 전공하였다.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을 때 「남독일 월간신문」(Süddeutschen Monatshefte)의 편집장을 맡았고, 1928년에 뮌헨대학교 바이에른 지역사학과 교수, 35년 사학과 교수직을 맡았다.

 성향 상 민족, 보수주의적이었고 33년 5월에 민족사회주의노동자당 가입하였다. 이후 나치 체제 기간동안 주요 학술 기구에서 활동(33~34 나치의 미움을 받았던 마이네케를 뒤이어Historischen Zeitschrift  「역사학보」의 편집자가 됨), 패전 후 나치 정권에 대한 협력으로 인해 모든 학술기관에서 추방되었다.

 1925년에 발행된 『독일 역사와 독일성』(Deutsche Geschichte und Deutscher Charakter)의 서문에서 저자는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나서 독일은 파국을 맞이하였고 이는 독일인의 특성에서 비롯되었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은 1912년에서 24년까지 「남독일 월간신문」(Süddeutschen Monatshefte)와 「독일의 꿈」(Die deutschen Träumer, Cossman 공저)에 실린 자신의 글들을 모아 편집한 책으로, 책의 제목이기도 도 한 「독일사와 독일성」을 비롯하여, 19세기에 활동하였던 정치가들과 사회상에 관한 글 12편 및 1914년과 24년에 쓰인 비스마르크의 연설문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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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오랜 기간동안 서양사학과 조교를 하다 중도 고문헌실로 자리를 옮긴 S형의 낚시질에 모른 척 낚여, 독일어 공부를 할 겸하여 고문헌실에 있는 독일어 책들의 해제를 돕기로 하였다. 해제라고 해봤자, 위키에 나온 저자소개나 책의 서문과 차례 등을 읽고 책의 내용에 대해 간략히 적는 수준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래도 독일에 갔다온 밑천 다 떨어지기 전에 뭔가를 좀 해야하지 않을까 해서 하기로 했다.

 다만, 오늘 별 생각없이 했던 두 권은 나치시대 때 적극적으로 협력했던 지식인들이 쓴 책이라 학술용으로든 45년 이전에 출판된 고서적이라는데서 오는 보관가치도 그렇게 클 것 같지 않은 책일 뿐더러 , 인쇄된 글자들도 옛날옛적 인쇄체라 글자들끼리 헷갈리는 것도 많아서 이래저래 참 의욕을 떨어뜨렸다.

 이 카테고리에 올리는 글들은,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많이 올릴지는 모르겠지만 해제작업을 하면서 썼던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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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10. 13:28 (독)문학 관련/서평들

그 남자가 악어 뱃속으로 들어간 이유는 - 도스토예프스키,『악어 : 이상한 사건, 혹은 아케이드에서의 돌발적 사건』(박혜경 역, 열린책들, 2007.)

 
 어느 날 시내의 아케이드에서 전시 중이던 악어 한 마리가 이를 구경하러 온 한 사람을 순식간에 먹어버렸다. 먹어 버렸다 라기 보다는 그냥 한입에 꿀꺽 삼켜버렸다고 말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그 사람은 악어에 잡아먹혀 완전히 소화되어 죽은 것이 아니라, 고무풍선과 같이 텅 빈 악어의 뱃속에서 살아남아 편안히 누워 있다. 그리고 이사람을 이야기의 화자인 세묜 세묘니치와 희생자의 부인인 엘레나 이바노브나는 어떻게 해서든 끄집어내려고 노력하지만 이미 악어 주인은 악어가 구경거리로서의 상품가치가 높아진 것을 눈치 채고 날이 갈수록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들을 요구하면서 완강한 자세를 취한다. 세묜이 도움을 청하러 간 늙은 관리 역시 이 사태에 대해서 희생자인 이반 마뜨베이치를 적극적으로 구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그가 이성이나 진보를 너무 맹신하는 자세가 이러한 비극을 초래했다고 탓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일에서 건너온 그 악어가 외자유치에 도움이 된다며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으며, 미망인(?)에 대해 음흉한 생각도 거리낌 없이 말한다. 사태가 더더욱 우습게 진행되는 것은 이 악어 뱃속에 갇힌 이반 역시 오히려 악어 뱃속이 ‘고무 냄새가 심히 나는 것’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공간이며, 자신이 그 곳에 있음으로 해서 생기는 경제적, 사회적인 이득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 ‘완벽한 공간’에 주인공과 자신의 부인을 초대하기까지 한다. 악어 뱃속 바깥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용모를 한 엘레나는 다른 남자들을 만나는 한편 이반과의 이혼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를 바라보는 세묜은 부인의 ‘외도’에 대해 도덕적인 책임을 묻기보다는 오히려 질투심을 갖는 등 은연중에 관심을 표명한다. 소설은 여기서 미완으로 끝나기 때문에, 결국에 이러한 ‘경제원리’등과 같은 이성적 사고가 악어 뱃속의 한 남자를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오게 될지, 아니면 이성적인 판단에 따라 그가 계속 악어 뱃속에 머물게 될지는 결코 알 수 없는 작가의 머릿속에, 그리고 독자의 판단에 달리게 됐다.


 악어가 사람을 집어 삼켰다는 비극적인 사건은, 결국 이렇게 희극적으로 진행된다. 무엇이 이 사건을 희화시켰는가? 이것은 모든 사람들이 경제적인 논리나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처신하기 전에 이미 주인공이 ‘자신에게 일어났으면 불쾌했겠지만 관찰하는 입장에서는 호기심을 유발’했다고 느낀 그 순간부터 희화되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진행 과정은 모두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특히 경제적인 원리를 통해 바라보았을 때 틀린 점은 없다는 점이 이야기를 어이없게 희화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의 이해관계가 다 다르고 얽힌 것처럼 보여도 이러한 논리에 따라 비정상적인 상황의 현상 유지라는 하나의 결론으로 합쳐져 일단락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이 논리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돈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 인간이 돈을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은 끝까지 웃기다. (‘열린 결말’에서 ‘끝’이라니? 이 표현마저도 우습다.)


 이제 각 등장인물들이 아닌 공간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보자. 일단 사건이 발생한 곳은 아케이드였고, 유럽 본토라고 할 수 있는 독일에서 데리고 온 악어에 의해서 발생했으며, 그 악어 뱃속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다. 아케이드는 벤야민 등의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근대적인 대도시 형성 과정에 있어서 가장 자본주의적인 공간이다. 또한 소설의 배경인 1865년 당시 독일은 아직 통일을 이루지는 못하였으나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한 주요 영방국가들은 후진적인 사회를 발전시켜야 하는 러시아에 있어서는 하나의 룰 모델을 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유럽 대륙의 선진적인 모습을 직접 가서 보며 배우고 싶었던 이반 마뜨베이치는 바로 그 근대 자본주의의 상징인 아케이드의 한 전시실에서, 그가 그토록 직접 경험하고자 했던 선진적인 유럽 본토에서 운반된 악어의 뱃속에 갇히게 된다. 이쯤 되면 악어의 뱃속이 그를 소화시킬 내장으로 가득 차 있어서 그가 삼켜진 것이 아니라 먹혔다 하더라도 그는 그리 불만을 품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그 곳에서 그는 러시아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연구하고 이를 관심 있어 하는 사람은 물론 위정자들에게까지 가르치겠다는 원대한 이상을 갖는다. 이렇게 비록 그는 악어에게 먹힌 탓에 가고 싶었던 유럽에는 가지 못하게 되었지만, 이러한 중첩되고 ‘완벽한’ 공간 속에 갇혀버림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소원을 성취했다고 그는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물 간의 이해관계나 이성적인 판단의 엇갈림 속에서도 그 나름의 이성적인 논리들에 따라 하나의 결론으로 서서히 합쳐져 가는 모습과 폐쇄적인 공간들에 여러 겹으로 갇혀버린 것을 통해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오랜 시간동안 러시아 사회에서 논의되었던 러시아적인 전통 가치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보다 적극적으로 서구 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여서 바꿔 나아갈 것인가 하는 논의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후자의 입장이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특히 이것이 경제적인 논리와 결합했을 때 어떠한 몰인간적인 처사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경고하고 이를 풍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러한 도스토예프스키가 후자의 의견을 전통의 기준과 관점을 갖고 비판한다 할지라도 이 문제는 러시아만의 특수한 ‘전통’은 아니다. 이러한 고민은 서유럽식의 근대화(사실 이렇게 표현하기에도 서유럽의 각 국가들의 근대화에는 자신들의 특수성이 상당히 많이 반영되어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무리가 있지만)가 유일한 길도 아니고 정답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적으로 최소한 현상유지를 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따라가야만 하는 ‘주변부’에 위치한 사회들에게 모두 해당되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일각에서는 보수적이고, 유태인이나 투르크와 같은 무슬림권 사회에 대해서 상당한 인종적인 편견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의 작품이 고전으로서 큰 호소력을 갖고 있는 이유는 우리도 주변부에 속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혜경, 「역자해설 - 악어 : 급진주의에 대한 삐딱한 시선」, 『노름꾼 외』, (심성보 외 역), 열린책들, 2007, pp. 487-489를 참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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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제출용 서평이다. 선생님이 사실상 '인터넷에서 대충 긁어와도 찔리는게 있으면 방학때 여유있게 읽어보시라'라고 말했으니 성적평가에는 말그대로 발로 써도 큰 영향은 없을 듯 하다. 읽어보지도 않고 그저 '제출했다'로만 평가에 반영이 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대충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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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4. 19:20 서양사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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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적'인 합격 소식에 누군가는 축하해줄 일인지 잘 모르겠다고는 했지만, 아무튼 일단 붙었으니 자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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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학기에 복수전공 졸업논문 주제로 잡은 책은 알프레드 되블린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이다.

실은 읽지도 않고 주제를 먼저 정해버린 주객전도의 케이스인데, 일단 주 관심사가 대도시이니까 그런 주제를 잡은 문학작품 중에서 뭘 할까 하다가, 독문학에서는 거의 유일무이한 대도시 소설이라길래 덥썩 물었는데, 아, 이게 그럴만한게 아니었던 것이다.

일단 장편소설이라는 점, 그리고 번역판들은 70~80년대 '전집류의 시대'에 나왔던 것들이 전부라서 번역도 전반적으로 신통찮고, 그렇다고 원서로 직접 보기에는 내공이 부족할 뿐더러 베를린 방언으로 쓰여져 있다는 점, 그리고 근본적으로 이놈의 소설은 그놈의 몽타주기법인지 뭔지 때문에 독자가 별생각없이 줄줄 읽어갔다가는 해메기 딱 좋은 소설이라는 점들이 상당한 애로사항이라는 거다. 2학기 개강 보름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 (그나마 마지못해) 다 읽은것도 보름전 주말이었고.

그래서, 뭘 어떻게 쓰고 있느냐 하면, 일단 대도시 소설이라는 특징을 살펴보려고 하는데 역사적 배경, 서술 기법, 대도시의 일상으로 다루고 있는 주요 소재로서 성, 자본주의, 익명성의 사회 등등을 살펴보겠노라고 서론에서 호언장담을 했지만(실은 서론도 책은 안읽고 참고서적 읽은 다음에 학기 초에 일찌감치 써 둔 다음, 여태까지 거의 아무것도 안했다), 앞서 말한 애로사항때문에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일상적인 측면들에서 몇가지를 빼볼까도 생각중이지만, 그랬다가는 뭔가 중요한걸 다루지 않고 넘어가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래저래 고민이다.

이중 자본주의는 논문 담당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본 결과 자본주의가 워낙에 큰 이야기이니 상품거래로 집중해서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일단 그렇게 할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또 그놈의 몽타주 기법인지 뭔지 하면서 소설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어서 딱히 뭐를 하나 끄집어서 이게 바로 그렇다!라고 말하기도 조금 애매하다는 사실. 그래서 독어학 수업을 들으면서 광고를 다루다가 문득 광고로 써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하지만 고민만 하기에는 이미 학기말은 다가오고 있는데......!

거기다 장편소설이니 인용할 것은 많고, 하지만 딱히 인용한 것에 대한 설명할 것은 그렇다고 딱히 많은 것도 아니라서 인용한 것들을 좀 추려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하고 있다. 하지만 추려내기도 좀 애매한데... 되블린이란 사람은 소설을 왜 이리 이상하게 쓴 것인지 원...

졸업 논문에 대한 본격적인 내용은 나중에, 공부가 하기 싫어져서 뭔가 딴짓을 하고 싶을 때라던가 얼추 완성된 다음에 이어서 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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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1. 22. 01:22 생활의 발견

제 2외국어 시험 성적도 나와봐야 알겠지만,
비공식적으로 정해진 사실을 비공식적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대학원 합격은 기정사실화되었다고 함.

일단 목표로 했던 첫번째 일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니, 좋아해야 함이 마땅하지만 솔직히 딱히 그렇지도 못하는게 사실이고.(물론 그래도 좋긴하다.)

이제 숲을 보았고, 숲으로 들어가야하는데 나는 겨우 신발끈을 다시 묶은 것 뿐이다.

그래도, 알게모르게 같이 걱정해주고 격려해준 많은 사람들께 일단 감사의 말을 전한다.
좀 제대로 된 감사의 말은 공식적으로 발표가 나면 그때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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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1. 16. 00:01 서양사 관련
1. 전공 필답고사

 전공 필답고사는 고중세, 근대, 현대 세부분으로 나눠지고 각각 두문제씩 제시된다, 그리고 각 분야에서 한문제씩 2시간 안에 서술하는 방식으로 진행.

  (1) 고중세사
     - 스파르타의 사회를 아테네와 비교하여 서술
     - 중세의 도시 사회와 농촌 사회를 비교
    솔직히 정석을 풀면 집합 명제는 천재가 되고 삼각함수는 쥐약이 되듯이 대학원 준비하면서 나는 고대사만 공부한 관계로, 출제자의 의도와는 반대로 고대사를 풀고 나왔다. 하지만 기출문제에 여태 스파르타가 안나왔길래, '스파르타가 나올 타이밍이 됐군'하면서도 '근데 설마 이번에 스파르타를 내겠어?'하고 넘어갔는데, 이번이 그 스파르타가 나오실 타이밍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아테네와 비교'하라고 해서 '아테네'를 쓰고 비교하였음

  (2) 근대사
     - 프랑스 혁명 당시 비기독교 운동에 대해 서술
     - 서유럽의 근대 초 군사적 변화(소위 군사혁명)과 그 의의에 대해서술
    지난학기 대학원 입시에서 개론서에 안나오는 '콜럼버스 교환체제'가 나왔다는 낭보(?)에 이번에도 J모 선생님이 외도를 할 것이라 파악, 대항해시대를 붙잡고 읽었으나, 이 책의 두께도 만만찮으니 어디를 읽어야 하나...고민하다가 그냥 통밥을 굴려서 군사적인 측면(J모 선생님이 이 주제로 대학원에서 수업중이라는 정보를 사전에 확인했음)만 읽었다. 그리고 나왔다. (...) J선생님의 귀차니즘적 사고체계와 나의 귀차니즘적 통밥이 우연히 일치한 사례. 물론, 문제를 예측한 것과 답을 제대로 쓰고 나온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
    돌아오는길에 같이 응시했던 타대생 지원자의 질문 : '근데 도대체 군사혁명이 뭐예요? 무슨 책에서 나온 내용인가요?' ... 한마디로 뭔가 덕후스러운 문제였다는 사실.

   (3) 현대사
    - 제 1차 세계대전과 제 2차 세계대전을 전후처리의 관점에서 비교 서술
    - 1929년 경제 대공황의 원인을 한 국가의 예를 들어서 설명
    근대사와 비교하자면 참 정직하고 착실한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글의 모티브를 제공한 그 모씨의 말을 빌리자면, "내 갈 길만 계속 가리라"형의 문제가 되겠다.)둘다 출제자님이 쓰신 모 글에 나오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 출제자님이 두번째 문제를 미국의 사례로 들어 답을 쓰길 바란다는 강력한 포스를 시험장에서도 느꼈으나, 나름 그 문제의 글을 서너차례 읽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정리가 안되어 결국은 첫번째 문제를 풀고 왔다.
    (사족 - 우연이겠지만 대학원 박사과정 안모선배는, '경제가 어려우니까 29년 대공황이 나오지 않겠어?'라고 예측했었다.)

  *  결론 : 손아파 죽는줄 알았음. 그리고 시험을 보고 나오면서 뭔가 실소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겪고 나왔다는 느낌정도?

 2. 제 2 외국어 시험
  전공시험이 끝난후 한시간 반가량 식사겸 휴식시간 이후에 바로 제 2외국어 시험을 한시간 동안봤다. 간단한 지문 세개를 해석하는 시험인데. 기출문제와 비교해봤을때 '이건 뭐지?'할정도로 상당히 쉽게 출제가 되었다는 것. 다만 3번 같은경우는 어휘 선택에 있어서 좀 헷갈릴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문장 자체가 말을 꼬아버려서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풀만 했음.

 이렇게 대학원 시험을 마치고 나왔다. 준비하는 동안 역시 인생은 쉬운게 없어, 대입도 이것보다 어렵진 않았던 것 같은데 왜 이렇지, 하는 등등의 불평불만 투덜거림을 공부는 안하고 했었는데, 결과야 어찌됐든 아무튼 뭔가 하나를 마쳤다는게 역시나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다만 좀 아쉽다거나 그럴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같이 대학원 진학을 고려했던 친한 사람들이 돌연 포기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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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한번 잡아보는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을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패러디한 것도 그렇지만, 그저 웃으면서 보기에는 생각보다 심각한 영화다.
 아님 괜히 나혼자 너무 심각해져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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