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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발길을 멈추고 주저앉고 말면 우리 삶은 거기서 끝나게 됨이라 -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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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3. 6. 00:50 기억의 습작

水簾之室

 

내가 사랑하는 이 방에

비가 오면 물구슬발 드리워지니

한번 방문해주게

그때가 가장 아름답다네

그때를 가장 좋아했다네

와서 내가 없더라도

구태여 찾지 말게

추억 같은 걸 서랍에서 뒤지지도 말게

내가 사랑하던 방이니

그대의 마음에도 들었으면 하네

그뿐이네

아무것도 찾지 말고, 하지 말고

물구슬발 부딪치는 소리가 어떻게 나나

조용히 귀기울이다 가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쉬다 가게

 

 이윤림, 생일, 문학동네, 2000

posted by Gruenta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