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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발길을 멈추고 주저앉고 말면 우리 삶은 거기서 끝나게 됨이라 -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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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3. 02:28 타인의 시선
 지난달 마지막 독일에서는 작센, 튀링엔, 자란트 세 주에서 지방의회선거가 있었다. 한달 반동안 작센주와 튀링엔 주에 있었으니 다양한 선거포스터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극우정당인 독일민족당의 포스터. 앞선 포스팅에서도 말했었지만 외국인의 관점에서는 (뿐만 아니라 독일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섬뜩한 주장들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비웃음을 동반한 재치나 위트가 더해진, ('포장된'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그런 인상이었다.
<독일인들을 위한 일자리(작센주)>
<일자리는 독일인들에게 최우선으로>
<튀링엔에는 우파가 필요합니다(튀링엔 주)>
--- 처음에 '권리'라 생각했으나 '우익'이 맞지 않겠냐는 강성운의 지적에 따라 수정.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독일민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면 '권리'로 해석하는 것도 틀리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조국(fatherland), 모국어(mother language)는 아이의 행복>
<(외국인은) 이민 입국 대신 집으로가는 여행을!>
<진짜 튀링엔(소세지) VS
가짜 튀링엔인(사진속의 인물이 누군가 했는데 튀링엔 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민련(CDU) 정치가라고 한다.)>
<튀링엔주 독일민족당 후보 포스터>
독일은 비례대표가 지역구대표만큼이나 많다보니 우리나라처럼 후보 포스터 일색이 아니라 정책을 주로 담은 포스터도 후보 포스터 못지 않게 많은데, 극우정당은 자기네 스스로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다른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후보 포스터는 하나도 못봤는데, 돌아오기 이틀전에 딱 하나 발견했다. 멀쩡하게 생긴 동네 아저씨같은 사람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후보로 출마했다는 사실에 "겉모습만 봐서는 알 수 없다"라는 옛날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지만 한편으론 사견이지만 "용자"인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독일 사람들이 이 사람들이 선거운동 하는걸 가만히 내버려둘소냐, (물론 작센주는 다른 주들에 비해서 눈에 띄게 이 정당 지지율이 꽤나 높은편(6%)이긴 하지만...) 물론 아니올시다.

<갖다 버리세요! 잊어서는 안됩니다 : 휴가전에 갈색 사과들은 버려야합니다.(동맹90/녹색당 포스터)>
 갈색이 옛 민족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의 상징이었던 것을 이용한 반 독일민족당 홍보 포스터.
 
하지만 보다 행동으로 이렇게 하는 사람도 있다.
<구직사무소 대신 미래를!>
<관광객은 환영하지만, 범죄자 외국인은 꺼져라!>...를 외치다 산산히 부서진 이름 포스터가 되겠다.
하지만 누가 봐도 '외국인은 꺼져라(Auslaender Raus!)'가 가장 먼저 한 눈에 들어온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나저나 '관광객'과 '범죄자 외국인'은 어떻게 구별할거임? 국경이나 공항에서 뱃지라도 나눠주실려고? EU가맹국에서 온 사람들은 구별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옆에 반쯤 나오다 만 포스터에는 '범죄에는 강력한 처벌을!'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난히 NPD 포스터들이 이런 수난을 겪었지만, 다른 정당 포스터들도 종종 이런 수난을 겪는다. 선거포스터를 훼손하는 일에 대해 제법 엄격한 처벌을 가하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 선거포스터도 훨씬 더 많이 곳곳에 붙여져 있는 것도 같고.)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89년 통일 때 구호를 이용하였으나, 여기에 누군가가 단어를 덧붙여서 <우리는 (특정)민족을 증오하는 집단!>이라는 말로 바꾸었다.


아래는 다른 정당 포스터들.
<튀링엔 주 동맹90/녹색당 선거 포스터>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학기 교통권을 무료로 하고 적용범위도 늘리겠다는 공약이 담겨있다. 심슨 캐릭터화한 후보 모습도 보이고. 이런 공약을 한국에서 내세운다면 그야말로 '포퓰리즘'이니 '선심성'공약으로 매도당할 수도 있겠지만(반값 등록금?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이 나라는 이미 이런게 워낙 보편화되어 있는 동네니..
<튀링엔 주 기민련 선거 포스터> 전직 주지사 알트하우스. 알트하우스는 최근에 스키를 타다가 한 여성과 부딪혀 사고를 당했고, 부딪힌 여성은 사망했다. 이 일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민련은 지난 선거와 마찬가지로 지지율 1위를 차지하였으나 과반수에 미치지 못했고, 2등과 3등을 한 좌익당(Die Linke)와 사민당(SPD)이 연정을 이루어 새 주정부를 구성하게 되었다.
 좌익당 포스터 한켠에 붙여져 있는 스티커. 투표를 하지말고 직접 정치에 참여하여 직접민주주의를 이루자는 내용이다.
<해적당> 포스터
<동물보호당> 포스터. 어딘가 모르게 어설픈 합성으로 만든 것 같다.


 작센주 주도인 드레스덴에서 NPD 포스터를 재미있게(?) 구경하고 바이마르에 왔을 때, 한동안 NPD의 포스터를 못봤다. 그래서 심심(?)하던 차에, 부헨발트 수용소를 둘러보고 돌아오면서 중앙역에 꽤나 도배되어있는 NPD 포스터를 보고 반가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었다. 다음날 수업시간에 이 포스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선생님 말씀 : "역사수업 선생님이 부헨발트에서 인종주의나 극우주의에 대해 대단히 중요하고 심각한 얘기를 많이 했고, 나도 다시한번 반성하고 느낀게 많은 자리였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바이마르에 도착했는데, 제일 먼저 본 것이 하필이면 이 포스터였고, 외국 학생들이 저게 뭐냐고 물어볼 때 나는 오늘 하루종일 뭐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어서 얼굴을 위로 들어서 쳐다볼 수 조차 없었다"

 한편으론 그렇게 말 잘하고 토론하는 것을 좋아하는 독일 학생들이 여기에서는 단 한마디 말을 하지 않았는데. 같이 온 친구 K는 이것이 진정한 반성에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외면인지, 그 외면이 부끄러워서인지, 혹은 학창시절 내내 들어왔던 이야기라서 약간은 지겨운 마음에 그랬던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마지막날 수업 때 자유발표 시간을 통해 발표가 된다. --- 그리고 나는 이 발표에서 숟가락만 올려놓았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포스팅할 일이 있을 것이다.
posted by Gruenta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