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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발길을 멈추고 주저앉고 말면 우리 삶은 거기서 끝나게 됨이라 -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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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2. 7. 01:32 기억의 습작
11 바우만에 따르면, 포드의 이 새롭고 합리적인 질서는 20세기 현대사회의 지평을 열었다. 그것은 그 세기의 모든 기업가들이 이룩하려고 힘쓴 어떤 이상이었다. 그 이상은 자본과 노동을 하나로 융합하는 것이었다. (1)
 사실 '무거운 근대성'은 자본과 노동을 하나로 결합해 그들의 상호 의존성을 심화시켰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계를 위해 자본에 의존하는 임노동자의 지위에 길들여졌고, 기업가 또한 자본의 재생산과 성장을 위해 임노동에 기댔다. 그들의 모임에는 고정된 장소가 있었다. 양측의 어느 쪽도 쉽게 다른 곳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대공장의 벽은 두 당사자들을 감옥처럼 둘러쌌다. 자본가와 노동자들은, 종신서약한 부부처럼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을 때까지는 결합될 수밖에 없었다. 공장은 그들 공동의 거주지였다. 여기에는 어떤 형태든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동거양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법, 담합구조, 복지국가 모델은 모두 이 동거양식과 관련된다.

70 토인비 이래 격변론자revolutionist들이 산업혁명의 중요한 특징으로 강조한 것은 경쟁적 시장, 공장제도, 기술혁신과 증기력, 경제성장 등이었다. 모키어Mokyr는 이 강조점의 차이에 따라 각기 사회변동학파, 산업조직학파, 기술중심학파, 거시경제학파로 분류했다. (2) 특히 1960년대 근대화론이나 경제성장사학에서 산업혁명은 근대화과정의 결정적 시점인 도약take-off단계 또는 인구증가율을 상회하는 지속적 경제성장(근대적 경제성장)의 최초 사례로 간주되었다. (3) 이와 아울러, 근대적 성장을 강조하는 선에서 더 나아가 "생활수단에 대한 접근, 생태환경의 통제, 자연의 전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능력" 등에서 변화를 가져온 사회혁명이었다는 견해도 있다. (4) 
71 점진론자(evloutionist)들은 산업혁명기의 기술혁신이 획기적인 것이 아니었고 그 전파속도도 느렸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장제도 또한 오히려 전통적 생산조직과 공존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흔했다. 면방적공장. 다른 한편 신경제사의 방법으로 산업혁명기의 거시경제를 재구성해 그 점진적인 성격을 입증하려는 노력도 이루어졌다. (6) 

209 전통적인 견해에 따르면, 당시 공장아동의 상태는 매우 열악했고, 이들에 대한 의회조사보고서가 사회적 분노를 야기했으며, 이러한 분노가 토리-래디털 주도의 시간단축운동에 동력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공장법뿐 아니라 19세기 중엽에 이루어진 여러 자유주의적인 제도 개혁을 이런 입장에서 해석하려는 경향이 아직도 강하다. (16)
 맥도너MacDonagh나 로버츠Roberts같은 일부 역사가들은 벤섬주의와 개혁적인 관리들의 역할보다는 인도적인 사회여론이 일련의 개혁적인 사회입법의 주된 동력이었다고 본다. 사회입법은 특히 사회적 병폐를 요ㅇ인하지 않는 사회 일반의 분위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즉 그것은 관리와 의회에 의해 미리 의도되고 계획되었다기 보다는 당면한 현실 문제에 대한 그때그때의 대응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17)
 돌이켜보면, 초기 공장입법에 관한 역사서술은 빅토리아 시대 후기 및 에드워드 시대 사회 분위기의 영향을 깊숙하게 받았다. 이 시기는 오늘날 복지국가의 맹아가 등장한 때다. 대중민주주의의 발전, 조직 노동운동의 성장, 국가 간서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의 분위기 아래서 19세기 전반 공장법을 비롯한 사회입법을 자유주의적 개혁의 일환으로 바라보려는 경향이 강했다. 한편으로는 토리-래디컬의 복음주의, 관료 및 정치인의 자유주의적 개혁 열정, 계몽된 공공여론을 강조하면서도(18),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계급의 압력 또한 중시되었다. (19)
210 사실 19세기 공장법은 자유주의의 틀 안에서 자생적으로 이루어진 국가 간섭의 고전적 사례에 해당한다. 그것은 최초의 공장노동에서 나타난 여러 혼란과 문제점을 법적, 관습적, 도덕적 맥락에서 재조정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시장관계 속에서 가족의 안정과 임노동자의 교육 및 재생산을 원활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최근 신자유주의적 해석은 그 의도가 무엇이든, 이 시기 공장입법의 효과가 보잘것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것은 기껏해야 팽창하는 시장경제를 좀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끼쳤을 뿐이라는 것이다.공장법에 의해 재조정된 효율적인 노동시장은 더 숙련을 갖추고 교육받은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것이었다. 공장법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이윤을 추구한 공장주와 야합한 숙련노동자들에게 독점적인 준지대quasi-rent만을 보장해주었다는 주장이다. (20)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공장입법은 산업자본주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공장법의 내용, 이를테면 '시계의 타종'에 따른 노동시간과 작업배치의 상세한 규정이나 아동 고용의 제한 등은 의회나 관료들의 인도주의적 성질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근대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법칙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마르크스는 공장법의 입법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노동력 보호 및 재생산이라는 근대산업주의의 내재적 필요성과 계급투쟁이라는 두 국면 간의 긴장을 강조한다. (21) 그는 영국의 공장법이 한편으로는 노동계급의 육체적 생존과,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가의 입장에서 가변자본으로서의 노동계급의 재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것임을 언급한다. 그럼에도 실제 역사에서는 이 입법이 오랫동안 부르주아의 반대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성립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22)

1. 지그문트 바우만, '노동의 대두와 몰락', 에릭 홉스봄 외, "노동의 세기"(삼인, 2000)
2. J. Mokyr, "The Industrial Revolution and the New Economic History", in J. Mokyr, ed., The Economics of the Industrial Revolution (Totowa, NJ.: Rowman & Allenheld, 1985), pp. 3-4. (1) 사회변동학파는 경쟁적 시장의 출현을 중시한다. 토인비는 산업혁명의 본질을 중세적 규제가 경쟁으로 바뀐 데서 찾았고, 폴라니는 시장경제의 출현을 대전환으로 중시하면서 이에 따라 다른 부수적인 변화가 연이어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A. Toynbee, Lectures on the Industiral Revolution (1884; New York, 1969), p. 58; K. Polanyi, the Great Transformation (1944; Boston: Beacon, 1985), p. 40. (2) 산업조직학파는 기업과 공장조직의 대두를 중시한다. 마르크스와 망뚜가 이런 견해의 효시. S. Pollard, The Genesis of Modern Management (London: Penguine, 1965); M. Berg, The Age of Manufactures: Industry, Innovation and Work in Britian, 1700-1820(Oxford: Blackwell, 1985), (3) 거시경제학파는 주로 W. Hoffmann과 S. Kunznets에서 비롯한다. W. G. Hoffman, British Industry 1700-1850 (Oxford: Blackwell, 1955); S. Kunznets, "Economic Growth and Income Inequality", American Economic Review, vol. 45, no. 1(1955), pp. 1-25; S. Kuznets, Modern Economic Growth: Rate, Structure and Spread (New Heaven: Yale University Press, 1965). 이들은 경제의 총량변수에 주목한다. 국민소득 증가율, 자본형성률, 총투자율, 노동력 증가 및 구성 등. 이 학파의 중요한 성취는 로슽토와 딘-콜이다. W. W. Rostow, The Stages of Economic Growth(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60); P. Deane and W. A. Cole, British Economic Growth 1688-1959(Cambridge: CUP, 1962; 2nd edn. 1967) (4) 기술중심학파는 기술적인 변화가 다른 변화에 우선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발명, 새로운 기술지식의 전파에 관심. 여기서 기술지식은 노동자조직, 소비자 조종, 판매 및 분배기법 등을 포괄한다. Landes, Unbounded Prometheus. 
3. R. M. Hartwell, ed., The Causes of the Industrial Revolution (London: Methuen, 1967), p. 1. 
4. H. Perkn, The Origins of Modern English Society (London: Loutledge & Kegan Paul, 1969), pp. 3-4.
6. Crafts, British Economic Growth during the Industrial Revolution; idem, "British Economic Growth, 1700-1850: Some Difficulties of Interpretation", Explorations in Economic History, vol. 24(1987), pp. 245-68'; C. K. Harley, "British Industrialization Before 1840: Evidence of Slower Growth during the Industrial Revolution", Journal of Economic History, vol. 42, no. 2(1982), pp. 267-89; idem, "Reassessing the Industrial Revolution: A Macro View" in J. Moykr, ed., The British Industrial Revolution: An Economic Perspective, (Boulder: Westview, 1993), pp. 171-226.
16. Fraser, Evolution of the British Welfare State, ch. 1.
17. O. MacDonagh, "The Nineteenth-Century Revolution in Government: A Reappraisal", Historical Journal, no. 1 (1958); D. Roberts, "Jeremy Bentham and the Victorian Administrative State", Victorian Studies, vol. 2(1959). 토리적 해석의 요지는 이태숙, '19세기 영국의 정치개혁에 있어서 벤덤사상의 역할에 관한 논의', "서양사론" 19호(1978)
18. Hutchins and Harrison, History of Factory Legislation; Thomas, Early Factory Legislation.
19. J. L. and Barbara Hammond, The Rise of Modern Industry (London: Methuen, 1925).
20. C. Nardinelli, Child Labour and the Industrial Revolution (Bloomington: University of Indiana Press, 1990).
21. K. Marx, Capital, vol. 1 (Hamnmndsworth: Penguin Boos, 1976), pp. 394-95.
22. B. Jeesop, The Capitalist State (Oxford,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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