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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발길을 멈추고 주저앉고 말면 우리 삶은 거기서 끝나게 됨이라 -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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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학기에 복수전공 졸업논문 주제로 잡은 책은 알프레드 되블린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이다.

실은 읽지도 않고 주제를 먼저 정해버린 주객전도의 케이스인데, 일단 주 관심사가 대도시이니까 그런 주제를 잡은 문학작품 중에서 뭘 할까 하다가, 독문학에서는 거의 유일무이한 대도시 소설이라길래 덥썩 물었는데, 아, 이게 그럴만한게 아니었던 것이다.

일단 장편소설이라는 점, 그리고 번역판들은 70~80년대 '전집류의 시대'에 나왔던 것들이 전부라서 번역도 전반적으로 신통찮고, 그렇다고 원서로 직접 보기에는 내공이 부족할 뿐더러 베를린 방언으로 쓰여져 있다는 점, 그리고 근본적으로 이놈의 소설은 그놈의 몽타주기법인지 뭔지 때문에 독자가 별생각없이 줄줄 읽어갔다가는 해메기 딱 좋은 소설이라는 점들이 상당한 애로사항이라는 거다. 2학기 개강 보름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 (그나마 마지못해) 다 읽은것도 보름전 주말이었고.

그래서, 뭘 어떻게 쓰고 있느냐 하면, 일단 대도시 소설이라는 특징을 살펴보려고 하는데 역사적 배경, 서술 기법, 대도시의 일상으로 다루고 있는 주요 소재로서 성, 자본주의, 익명성의 사회 등등을 살펴보겠노라고 서론에서 호언장담을 했지만(실은 서론도 책은 안읽고 참고서적 읽은 다음에 학기 초에 일찌감치 써 둔 다음, 여태까지 거의 아무것도 안했다), 앞서 말한 애로사항때문에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일상적인 측면들에서 몇가지를 빼볼까도 생각중이지만, 그랬다가는 뭔가 중요한걸 다루지 않고 넘어가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래저래 고민이다.

이중 자본주의는 논문 담당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본 결과 자본주의가 워낙에 큰 이야기이니 상품거래로 집중해서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일단 그렇게 할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또 그놈의 몽타주 기법인지 뭔지 하면서 소설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어서 딱히 뭐를 하나 끄집어서 이게 바로 그렇다!라고 말하기도 조금 애매하다는 사실. 그래서 독어학 수업을 들으면서 광고를 다루다가 문득 광고로 써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하지만 고민만 하기에는 이미 학기말은 다가오고 있는데......!

거기다 장편소설이니 인용할 것은 많고, 하지만 딱히 인용한 것에 대한 설명할 것은 그렇다고 딱히 많은 것도 아니라서 인용한 것들을 좀 추려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하고 있다. 하지만 추려내기도 좀 애매한데... 되블린이란 사람은 소설을 왜 이리 이상하게 쓴 것인지 원...

졸업 논문에 대한 본격적인 내용은 나중에, 공부가 하기 싫어져서 뭔가 딴짓을 하고 싶을 때라던가 얼추 완성된 다음에 이어서 하는 것으로..
posted by Gruenta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