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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발길을 멈추고 주저앉고 말면 우리 삶은 거기서 끝나게 됨이라 -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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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24. 11:09 기억의 습작
춘추전국시대 조나라 무령왕이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이민족의 방식으로 군복을 바꾸고 군대를 개편하고자 했지만 대신들의 반발이 거센 와중에, 비의라는 신하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저는 일을 하려다 의심이 들면 공을 이룰 수가 없고 행동하려다 의심이 들면 명성을 얻을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왕께서는 이미 세속의 풍습을 버렸다는 험담을 짊어지기로 결심하셨으, 세상의 논의를 생각할 필요도 없으십니다." 

이쯤 되면 어디선가 어떤 분께서 무릎을 탁 치며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고 손녀딸을 안고 펄쩍펄쩍 뛸 법도 하지만 비의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면,

"어리석은 자는 이루어진 일에도 어둡지만 지혜로운 자는 일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전모를 파악한다고 하니, 왕께서는 무엇을 의심하고 계십니까?"

 그 분의 그간의 행적을 미루어보면 이루어지기도 전에 전모를 파악했다기 보다는 이루어진 일에도 어두웠던 적이 더 많으니까...뭐 본인만 모르는게 (모두의) 불행이랄까.

출처는 강신주의 "철학의 시대 - 제자백가의 귀환" 73쪽.
posted by Gruenta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