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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발길을 멈추고 주저앉고 말면 우리 삶은 거기서 끝나게 됨이라 -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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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3. 23. 20:42 생활의 발견
 한 달 전 쯤에 쓴 글이 거의 들어맞을뻔 해서 씁쓸하다. 그렇다고 내 생각이 100% 실현되지 않았다고 마냥 안도할 수도 없어서 한편으로는 더 씁쓸하다. 문제의 책임은 이정희 의원 본인 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의원 뒤에 거대한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이 이정희 의원 개인한테는 다행이고, (범) 진보진영 전체에는 더 불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 의원을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하고 우려를 했던 이유는 개인적으로는 구 민주노동당의 문제는 종북보다는 파벌/패권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 패권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중심에 이 의원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밖에 이 의원이 훌륭한 의원이긴 했어도 훌륭한 당대표였는지는 의심할만한 일들도 제법 있었기에.)  그런데 그게 아니라, 단순히 얼굴마담에 불과했었던듯 싶다.  오늘 후보 사퇴를 전후로 일어난 귀신같은 사건처리를 보면... 이건 뭐 "뿌리깊은 나무"의 밀본 저리가라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렇다면 경기동부라는 집단을 뭔가 실제 이상으로 대단하다거나 무시무시한 존재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또 그렇다하더라도 과연 이정희 의원 개인에겐 책임이 없는 것인지하는 우려도 살짝 든다. 

 뭔가 몇 마디 더 적어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정리가 안되는 관계로 일단 여기까지. 좀 힘들겠지만 이정희 의원이 잘 추스리고 성장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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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의 여인을 다루었다기 보다는 철"이었던" 여인을 다루었다고 하는게 더 정확할듯.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영화가 기대만큼은 아니었다고 한 이유도 이 지점이 아니었을까싶다. 11년 수상의 공과를 단편적으로 주마간산으로 그려내서 한편으론 예전에 HBO서 처칠을 다뤘던 "Into the storm"처럼 수상 재임기만 집중적으로 다루었다면 그것대로 나쁘지 않았을 것같기도 하고. 

 그래도 수많은 혹평(?) 덕에 기대를 안하고 봐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재미있게 봤었다. 한창때는 미국사람들처럼 과거에 연연하지말고 현재와 미래를 봐야 난국을 타개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제는 자신이 과거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대조되는 모습은 영화를 더 서글프고 쓸쓸하게 만드는 것 같고. 물론 그 씁쓸함은 "왕년에 철의 여인"을 매우 잘 소화한 메릴 스트립덕이고. (그러고보니 이 영화를 보는 순간 메릴 아주머니는 지구 반대편에서 상을 받고 있었다나 뭐라나)

 이건 영화와 관계 없는 이야기고,  나야 학부때 영국사를 사파(?)로 들었으니 뭐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대처나 대처리즘은 그냥 '어려울 때는 원칙에 충실하라'라는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특히 정치인한테는 수행하기) 어려운 명제를 따랐던 것이 아닐까싶기도 하다. (다만 내가 그 원칙자체에 동의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래저래 생각해보면 대처의 해결방식은 그냥 선생님이 하라는대로 하고 학원 안다니고 8시간 자고 국영수 위주로 열심히한 모범생의 전형적인 답이랄까? 열심히하면 80점은 받아도 100점을 받지 못하는 뭐 그런...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면 대처는 굉장히 원칙대로 하고 자신의 원칙과 조금이라도 어긋나도 결코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데, 뭐 그런게 보수주의라면 제대로된 보수주의겠지, 싶기도 하겠다...싶다가도 주변을 둘러보면 참 이래저래 씁쓸한 기분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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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2. 13. 20:18 생활의 발견
 최근 운전이 익숙해지면서 일주일에 한두번정도 차를 몰고 학교에 가는데... 솔직히 말해서 나도 재미들린(?) 것 같아서 조심스럽긴 하다. 한편 요즘 책도 잘 안읽는데 그나마 짬 내서 읽는 시간이라곤 전철타고 왔다갔다할때 뿐인데, 그 시간이나 여유가 사라지는 셈이니, 그것도 좀 그렇고. (하지만 그렇다고 일없으면 학교 가지 않을 궁리부터 하니까 책 못읽는건 그거나 그거잖아? 아마 안될거야, 난...)

 그것도 그렇고, 사실 운전한다고 해서 딱히 더 빨리 학교와 집을 오고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는 사실. 물론 내가 아직 운전이 능숙하지 못한 것도 있고, 요즘은 한참 차가 막히는 아침 시간대에 이동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보통 차를 타고 오고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환승을 기다리지 않고 수월하게 전철-버스를 탔을 때 걸린 시간과 거의 똑같기에 이럴거면 뭐하러 차를 타고 왔다갔다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여튼 학교는 서울 어디서 오더라도 기본이 한시간, 평균 한시간 반이더니, 교통수단도 무관한 진리였나(...) 물론 아직까지 오고 갈 때는 자동차가 덜 피곤하고, 환승이나 내려서 목적지에 가기까지의 거리가 더 편하여 기름값이나 주차료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혹을 느끼는듯하는데, 이래저래 더 버릇들기 전에 자제해야겠다. 나름 자의든 타의든 40될때까지는 자가용 타고 다니지 않겠노라고 다짐도 했건만... 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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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 28. 00:49 생활의 발견
연 이틀 요상한 꿈 두 개를 꾸었는데

(1) 모 선배랑 모 후배랑 같이 얘기를 하다가 내가 뭔가 이상한(그리고 뭔가 부적절한) 얘기를 해서 분위기가 엄청 뻘쭘해짐. 그러다 갑자기 소개팅 얘기가 나와서 그 후배한테 내가 어떤 타입이면 좋겠냐고 물어봤는데 굉장히 단도직입적으로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나처럼 (매우 구체적으로) 이러이러한 사람말고, 그것과 정반대의 사람이 있으면 소개시켜달라고 했다. 근데 그 나에 대한 인상이라는게 내 단점을 굉장히 매우 상세하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라서 어떤 의미로는 굉장히 무서운 꿈이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2) 한때 대선후보이기도 했던 야당의 모 정치가가 내 꿈에 나타나서는 갑자기 어떤 책을 읽어보라고 소개를 해줬는데 책 제목을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도서관 분류번호(예를 들어 123.456 이런식)으로 가르쳐줬다. 뭔 꿈인가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이게 말로만 듣던 로또 번호인가!!!싶어서 아침 먹으면서 내내 생각해봤는데 그 번호만으로는 로또 번호 여섯개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내심 실망했다. 뭐 혹시나 그 번호로 로또 당첨되거든 이번에 또 후보로 나설것 같으니 뽑아줄까도 생각해 봤는데 일단 보류. 사실 뒷자리 번호가 747이었으니 이미 나가리난 번호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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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 26. 23:36 생활의 발견
짝꿍이 출국하기전에 마지막으로 이런저런 일을 하기 위해 당일치기로 상경. (사실 만나서 같이 시간 보내는 게 주 목적이었고, 일은 부수적이었던듯도 하지만) 요즘 한참 운전 배운 것도 있고 마침 차도 집에 있길래 사전신고(?)없이 차를 끌고 마중나감. 그리하여 루트는

건대(1시출발) -> 고속버스터미널 -> 학교 -> 잠실롯데백화점 -> 용산역 -> 건대(9시반도착)

물론 자만하면 안되겠지만 내 염려보다도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큰 길이긴 하지만 좀 왔다갔다하는 코스에 나름 복잡한 구간도 지나고 야간운전까지 무사히 마쳤으니 이 정도면 무난한듯하고.

다만 내비게이션이랑 박자 못맞춰서 초큼 고생한것이랑 목적지 거의 도착해서(평소에 처음가는 동네갈때도 그러는데 차타고 가도 이 문제는 안고쳐지는듯) 조금 헤맨정도가 좀 문제였던듯하다.

처음이니 그렇겠지만 아직 운전이 힘들다기보다는 재미있는 편이라 기회되면 여기저기 운전해보고 싶긴 한데 오늘 저렇게 돌아다니니 기름이 상당히 소모가 많아서 얼마나 자주 이렇게 탈 수 있을까싶기도 하다. 그래도 뭐 경험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는데 일단 의의를 두고...

용산역에서 짝꿍 보내려니 의외로 저번에 광주서 올라올때 만큼의 서글픈 느낌은 덜했다. (그렇다고 덜 아쉬웠다거나 그런건 결코 아니고) 가는 것이랑 보내는 것이랑 그 느낌의 차이 때문일까. 그래도 이제는 진짜 출국날 공항에서밖에 못볼텐데.. 슬슬 광주 도착할때 됐을텐데, 무사히 귀가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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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 1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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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8. 14:24 기억의 습작
사실 행복이 무엇인지 직감적으로 깨달았던 평범한 남녀가 존재했기에, 송견과 양주처럼 우리 삶을 긍정한 철학도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송견과 양주는 국가만이 모든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라는 생각을 철저히 거부했다. 그것은 개인의 삶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복만이 절대적 목적이 될 수 있다는 평범한 남녀의 믿음을 반영한 것이다. 전쟁 포로를 불길에 내던지며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상나라, 시초점을 치면서 국가의 미래를 점치던 주나라, 그리고 마침내 신정정치에서 세속 정치로 이행했던 춘추시대. 역사는 점차 변화하는 듯했지만 지배계급 내부의 논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상나라 때도, 주나라 때도, 그리고 춘추전국시대에도, 어쩌면 지금까지도 소박한 대다수 사람들만이 삶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잊지 않았을 뿐이다. - 강신주, 철학의 시대: 제자백가의 귀환, pp. 279 ~ 280 
  괜히 지금 하는 공부하기 싫어서 이책저책 찔러보고 있는데, 이 책은 요즘의 현실도피(?)와는 상관없이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1권은 진작에 다 읽었고, 2권을 읽어야 하는데....재미있어서 약간은 아껴보자는 심정으로 안읽고 있을 정도. (..라기보단 실은 도서관서 책 잔뜩 빌렸는데 반납일까지 읽어야 하니까 뭐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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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24. 11:09 기억의 습작
춘추전국시대 조나라 무령왕이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이민족의 방식으로 군복을 바꾸고 군대를 개편하고자 했지만 대신들의 반발이 거센 와중에, 비의라는 신하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저는 일을 하려다 의심이 들면 공을 이룰 수가 없고 행동하려다 의심이 들면 명성을 얻을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왕께서는 이미 세속의 풍습을 버렸다는 험담을 짊어지기로 결심하셨으, 세상의 논의를 생각할 필요도 없으십니다." 

이쯤 되면 어디선가 어떤 분께서 무릎을 탁 치며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고 손녀딸을 안고 펄쩍펄쩍 뛸 법도 하지만 비의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면,

"어리석은 자는 이루어진 일에도 어둡지만 지혜로운 자는 일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전모를 파악한다고 하니, 왕께서는 무엇을 의심하고 계십니까?"

 그 분의 그간의 행적을 미루어보면 이루어지기도 전에 전모를 파악했다기 보다는 이루어진 일에도 어두웠던 적이 더 많으니까...뭐 본인만 모르는게 (모두의) 불행이랄까.

출처는 강신주의 "철학의 시대 - 제자백가의 귀환"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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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21. 16:35 기억의 습작
자기가 속세의 누구보다도 못하다는 것뿐 아니라 자기는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 죄가 있다 - 모든 인류의 죄, 세계의 죄, 개인의 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자각했을 떄, 그때 비로소 우리의 은둔 생활은 목적이 달성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은 이 지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 분명히 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보편적인 만인 공통의 죄만이 아니라 우리들 각 개인이 이 지상에 사는 모든 사람 및 개개인에 대하여 개인적인 죄를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자각은 단지 수도사뿐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생활의 월계관이라 할 것입니다. (......)
 다시 한 번 말하거니와 결코 오만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됩니다. 작은 것에 대해서나 큰 것에 대해서나 오만하지 마십시오. 우리를 배척하는 자, 모욕하는 자, 비방하는 자, 그리고 우리를 중상하는 자들을 미워해서도 안 됩니다. 무신론자, 악의 전도자, 유물론자들도 미워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 중의 선량한 자들뿐 아니라 악한 자들까지도 결코 증오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는 그런 사람들 중에도 선량한 인간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는 이렇게 기도하십시오. '주여, 아무리 기도해줄 사람이 없는 모든 사람들을 구해 주옵소서. 주께 기도하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까지도 구해 주옵소서'라고. 또그리고 또 이렇게 첨가하십시오. '주여, 제가 이런 기도를 드리는 것은 결코 오만해서가 아닙니다. 저는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비천한 자입니다'라고.  

 카라마조프의 형제 (상) (범우사, 1995, 266-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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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9. 2. 21:22 생활의 발견
우리 각자는 모든 사람 앞에서 모든 사람에 대하여 유죄이며 내가 다른 이들보다 더 그러하다. 
 -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트위터에서 모 전 국회의원이 올린 인용구인데, 이 것을 보니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정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전부터 읽고자 고등학교때 용돈모아 사두었으나, 워낙 쉽지 않은 탓도 있고 이래저래 번역도 어려운 듯하여 그냥 이참에 최근에 나온 번역판으로 새로 사서 읽을까하고 번역관련 글들을 찾아 읽어봤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게 약간은 어려워도 가장 느낌을 잘 살렸다네...? -_-a 사실 소설을 즐겨 읽지만 워낙 큰 줄기만 잡고 쭉쭉 읽어나가는 탓에 섬세한 심리 묘사라던가 작중 인물에 대한 공감따윈 거의 못하는 편이라 잘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은 내가 이런걸 걱정할 여유가 있을리 없는데 왜그럴까. 방학때 워낙 논 탓에 읽은 것은 미천하고, 당장 논자시와 논문발표(라기보단 결국은 직면한 문제이자 궁극적인 문제로 지도교수 면담)가 눈 앞에 있는데 말이지. 

 그래서 논문 진척이 어떻냐고 물어보면 "하루 네다섯시간 자는 시간하고 밥먹는 시간 빼고 논문에만 투자하면 쓸 수 있겠다"싶다. 그러니까 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 -_- 읽는 속도 문제도 문제지만 결국 정리를 잘 하는가의 문제인것 같은데, 여기서 완전히 실패한듯. (사실 읽는 속도도 형편 없다)

 주변이 돌아가는 상황이나 개인적인 상황이나 이래저래 이번 학기에 끝내야겠다는 이유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문제는 몸과 머리가 그만큼 따라주지도 않고, 그래서 하루하루 벼랑끝으로 떠밀려가는 느낌이랄까. 

 이래저래 단 하루만이라도 그날 목표했던 분량을 해치우고 마음 편히 잤으면 하는게 소원이지만, 한 번도 이루질 못해 심난할 따름니다.
 
posted by Gruenta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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