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Gruentaler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발길을 멈추고 주저앉고 말면 우리 삶은 거기서 끝나게 됨이라 - 이청준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2008. 2. 20. 03:01 타인의 시선
 독일은 재작년부터인가 언제쯤부터인가 '학비 무료'가 위헌판결이 난 관계로 주에 따라서 등록금을 받는 곳이 있고 그래도 아직 받지 않는 곳이 있다. 물론 후자는 베를린이나 브레멘같이 사민당이 전통적인 강세인 지역이 해당되고(여담이지만 히틀러가 권력장악 과정에서 최대 고민거리 중의 하나는 사민당의 텃밭이었던 수도 베를린에서 어떻게 지지를 받는가였고, 브레멘은 끝까지 버텨서 히틀러가 결국에는 한번도 갈 수가 없었던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등록금을 받는 곳이라도 주에따라 규정학기를 초과한 사람만 낸다거나 4학기째부터, 혹은 복수전공을 시작할때부터 낸다는 식으로 천차만별이다. 물론 바이에른은 첫학기부터 500유로를 학비로 낸다. 사실 재정적으로 베를린같은 곳보다 여유가 있을 법한 주인데도 이렇게 처음부터 세게나가는게 약간은 이해가 안되기도 하지만 보수적인 동네 정서상 그런가보다 해야지 뭐.. 아무튼 한번 걷기 시작하면 안 걷을 수가 없고, 한번 걷기 시작하면 물가상승률이든 어떠한 이유를 가져다 붙여서 결국은 주기적으로 오르게 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나로서는 결국은 아직은 한국에 비해서 학비가 매우 저렴해도 결국은 더 오르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학원 수업에서 다룬 주제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대학의 등록금인데, 각 나라별 등록금들을 비교해 보자고 해서 한번 내기준으로 유로화로 환산하니까 1년에 국립대 3000유로, 사립대 6000유로정도가 나왔고 (물론 가장 돈안들고 투자도 없는 인문학계열이니 최대치가 아니라 최소치가 되겠지) 이 사실을 얘기하니 모두가 놀랐다. 이왕 놀래킨거 사립대 의대도 한번 가르쳐줄까 해봤지만, 그랬다간 수업이 모두 쓰러져 실려나갈까봐 걱정되서 하지는 못했고. 아무튼 사립대야 그렇다쳐도 국립대는 국립대인데 왜 그러냐고. 속으론 나도 궁금하다라고 대답을 해주고 싶었지만 국립대라해도 한국은 대학교육에 충분한 재정을 뒷받침해주지를 못하고 있다고 대답을 했지만... 역시나 우울했다. 비슷한 시스템인 일본보다도 비싼 상황이고, 우리나라보다 잘사는 나라는 잘 사는 대로, 못사는 나라는 못사는 대로 학비가 저렴한 편이니, 내가 다 민망할 정도였다. (이탈리아 학생들이 자기네 상황을 얘기해줬는데, 소득차에 따라 등록금이 차이가 있다고 한다. 물론 방법론상으로는 가장 현실과 이상이 부합되지만 얘네들도 사람이니 모두 어떻게든 등록금을 적게내는 방법에 몰두하고 있어서 그 나름대로 문제라고는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 새 정부 교육부 장관으로 이름이 올랐던 어느 '명품' 대학 전총장님께서는 실컷 올려놓고서도 등록금이 모자르다는 소리나 하고 있고, 눈이 작아도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새 대통령님께서는 '공부해서 장학금 받으라'는 소리나 하시고 있으니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라고 말씀하신 어느나라 처형된 왕비님이 생각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이제는 입학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어쩔수 없이 입학했다면 닥치고 빨리 졸업하는게 차선이 되어버린 시대가 온 것일까. 대운하같은 말도 안되는 뻘짓거리에 돈을 그렇게도 쓰고 싶으면 소위 말하는 그 '국운'을 위해서라도 대학교에 돈을 주는게 낫지 않을까.


------라고 투덜대는 것에는 규정학기 초과자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필요한 이수학점때문에 등록금 절감의 효과를 전혀보지도 못했고, 규정학기 초과자가 된 '덕분에' 그 흔한 수업료 면제 조차도 되지 않아 드디어(?) 실질적인 200만원 대에 돌입했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posted by Gruenta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