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Gruentaler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발길을 멈추고 주저앉고 말면 우리 삶은 거기서 끝나게 됨이라 - 이청준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2010. 1. 19. 00:12 생활의 발견


 2월 초에 있을 Test-DaF를 준비하고자 고려대 국제어학원에서 개설된 시험 준비반에 등록하였다. 그리고 수업은 오늘부터 3주간, 일주일에 네번씩 네시간 수업. 이정도 수준까지 독일어를 배우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 많아야 10명이 넘겠냐, 했었는데, 왠걸? 25명 정원이 꽉찼다. 거기다 타학교에서 듣는 어학수업이니, 아는 사람도 없겠다 싶었는데 이건 또 뭥미? 우리학교 독문과 대학원생 두 명은 그렇다 치더라도 뮌헨에서 반년넘게 어학원을 같이 다녔던 언니(실은 동갑)와도 수업을 같이 듣는다. 첫날 파악된 사람들만 이 정도니, 며칠 더 호구조사하다보면 또 아는 사람에 아는 사람이 등장하겠지. 좀 뜻밖이긴 하지만, 독일어 수업에 대한 수요가 적은것 못지 않게 공급이 적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워낙에 뮌헨에 있을 때 어학수업이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모든 생활이 이에 맞춰질 정도로 (시쳇말로 '염통이 쫄깃'해질 정도로) 집중적이었던 탓에 그 뒤로 어학수업이 다 널널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있고, 첫날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수업은 약간 지루했고, 두서가 없었다. 왠지 선생님이 이 수업을 처음으로 맡았는데, 그렇다고 딱히 준비한 것 같지도 않고.... 실제로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벌써 그냥 수강료를 일부라도 환불받을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던데, 아무래도 조만간 수강생 정원이 1/3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사실 언제나 어학수업은 종국에는 1/3만 남는다. 다만 왠지 그게 생각보다 상당히 일찍 찾아올 것 같다는 것이지...)


 그래서 나도 그만둘것이냐? 아니올시다. 뮌헨대 부설 어학원의 전설이 아닌 레전드(라고 08년 교환학생이었던 남모씨와 공모씨는 이야기했다)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비록 선생님도 약간 헤매고 있고, 3주 뿐인 수업이긴 하지만 그래도 3-4일 정도 지나면 선생님이 조금은 정신을 차리리라 믿는다.(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가다보면 남은 사람은 또 그만큼 뭔가 이점은 더 있지 않겠냐는 생각도 있고, 무엇보다도 독해랑 듣기는 혼자서 할 수 있겠다 싶어도 말하기랑 쓰기는 누가 봐줄 사람이 없다. 그리고 사실 이게 더 중요한 문제인데, 내가 학원을 안간다고 해서 그 시간만큼 혼자서 시험준비를 할 리가 없다는 것을 내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모든 우려를 접고, 오직 근성으로만 학원을 다니기로 했으니, 그저 일찍 일어나 제때 학원에 가서 졸지 않고 수업만 들으면 되지만, 수업을 듣다보니 왠지 모르게 정말 근거없이 '대충 해도 왠만큼 할 수 있겠는걸?'하는 생각이 들어 약간 걱정이다. 첫 수업에 가장 쉬운 부분을 공부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선생님이 계속 헤매게 된다면 나도 같이 계속 저런 생각을 하면서 헤매다 삽질하게 될텐데.....

posted by Gruenta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