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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발길을 멈추고 주저앉고 말면 우리 삶은 거기서 끝나게 됨이라 -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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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 17. 16:14 생활의 발견
 국민학교 1학년때 우리집 바로 윗집에 살던 여자애가 있었다. 입학 첫날부터 같은반에 짝까지 했으니, 어머니끼리 금방 친해진 것은 물론이고 우리 둘도 금방 친해졌다. ...라고 말하지만, 워낙에 옛날 일이이다보니 얼굴도 기억이 안나고 별달리 생각나는 것은 많지 않다. 그 친구 일가가 당시 어디의 뭔지도 모르는 미국에서 왔고, 미국에서 오신 분답게 이름도 그 친구의 이름이 서양식 이름이었고(그렇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의 구절 그대로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응?') 당시 흔치 않았던 외제차에, 집에 놀러가서 봤던 물건들은 죄다  'come from U.S.A'였던 탓에 적지 않게 문화충격을 받았던 것이 그나마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을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2학년까지 같은반을 했었는데 첫 학기가 거의 시작하자마자 바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 친구와 관련된 이야기는 끝이다. 바로 윗집에 사는데 이사가는 모습을 봤다거나, 같은 반 애들보다는 몇 번 더 얼굴을 봤을 법한데, 딱히 그런 기억은 나지 않는다.

 초중학교 때 전학을 간다거나 해외로 간 친구들은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유난히 이 친구만 생각나는 것은 주변 사람들 중에서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는) 외국으로 나가는 첫 번째 사람이었고, 어린 마음에 한국도 아닌 해외로 나가서 다시는 못볼 것이다라는 생각이 강해서 그런 것 같다....뭐 그렇다는 이야기.

 얼마 전 국민학교 동창과 다른 동창들 이야기를 하다가 이 친구 이야기도 나왔는데, 같은 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는 기억을 못하고 있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마지막에 "그럼 페이스북에서 찾아보던가.."라길래, 검색을 해봤다. 하지만 검색결과는 2,000건이 넘을 뿐이고.... 그래도 잉여력이 아닌 근성으로 150명까지는 그래도 프로필을 뒤져보았으나 초딩적 얼굴도 기억 안나는 마당에 어떻게 20대후반 처자의 얼굴로 유추가 가능할 것이며, 또  여기에는 한국사람 뿐만 아니라 중국사람, 거기도 모자라 금발 아가씨들까지 나오는 마당에, 어찌 찾을수 있으리오? 아마도 피천득 선생처럼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야 할 것 같다.




p.s : 다른 얘기지만, 남녀칠세부동석의 대한민국에서 아무리 우연히 이웃집에 살고 같은 반을 2년동안 해서 '어쩔수 없이(?)'친해졌다 하더라도 태클을 거는게 당시 국딩들의 집단 심성이었다. 그래서 그 친구가 미국으로 떠났을 때, 나는 내심 저 놀림으로부터 해방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내심 좋아했었는데, 그건 또 아니였다. 한쪽에선 이제 그 친구가 가버렸으니 심심해서 어쩌냐하는 놀림부터 다른 쪽에선 그때 마침 짝을 하고 있었돈 모 친구와 연결시켜 놀렸는데, 그 때 짝이 모 포털사이트에서 웹툰을 그리고 있는 서모씨다. 나도 주변에 좀 유명한 사람 있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추신으로 써봤다.
posted by Gruenta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