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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발길을 멈추고 주저앉고 말면 우리 삶은 거기서 끝나게 됨이라 -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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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21. 16:35 기억의 습작
자기가 속세의 누구보다도 못하다는 것뿐 아니라 자기는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 죄가 있다 - 모든 인류의 죄, 세계의 죄, 개인의 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자각했을 떄, 그때 비로소 우리의 은둔 생활은 목적이 달성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은 이 지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 분명히 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보편적인 만인 공통의 죄만이 아니라 우리들 각 개인이 이 지상에 사는 모든 사람 및 개개인에 대하여 개인적인 죄를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자각은 단지 수도사뿐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생활의 월계관이라 할 것입니다. (......)
 다시 한 번 말하거니와 결코 오만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됩니다. 작은 것에 대해서나 큰 것에 대해서나 오만하지 마십시오. 우리를 배척하는 자, 모욕하는 자, 비방하는 자, 그리고 우리를 중상하는 자들을 미워해서도 안 됩니다. 무신론자, 악의 전도자, 유물론자들도 미워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 중의 선량한 자들뿐 아니라 악한 자들까지도 결코 증오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는 그런 사람들 중에도 선량한 인간이 많이 있으니까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는 이렇게 기도하십시오. '주여, 아무리 기도해줄 사람이 없는 모든 사람들을 구해 주옵소서. 주께 기도하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까지도 구해 주옵소서'라고. 또그리고 또 이렇게 첨가하십시오. '주여, 제가 이런 기도를 드리는 것은 결코 오만해서가 아닙니다. 저는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비천한 자입니다'라고.  

 카라마조프의 형제 (상) (범우사, 1995, 266-267) 
posted by Gruentaler